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폐 외부인 흉강(늑막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공기가 차는 질환으로, 폐의 일부 또는 전체가 허탈되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폐는 흉막이라는 두 장의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두 흉막 사이인 흉강 내에 공기가 새게 되는 것입니다. 기흉은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기흉은 크게 자발성 기흉과 외상성 기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자발성 기흉은 다시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됩니다.
기흉의 유형과 원인
일차 자발성 기흉은 특별한 폐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젊은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흡연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키가 크고 깡마른 체형은 체내에 지방이 부족하여 폐의 윤활액이 감소하면서 마찰이 자주 일어나 기흉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일차 자발성 기흉은 폐 상부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인 폐포가 파열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이차 자발성 기흉은 기존의 폐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합니다. 60~70대 중, 노년층에 빈발하며,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폐기종, 폐암, 낭성 섬유증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이차 자발성 기흉의 위험이 커집니다.
외상성 기흉은 외부 충격이나 의료 시술로 인해 발생합니다. 교통사고나 폭행 등으로 인한 흉부 외상, 또는 중심정맥관 삽입, 폐 생검 등의 의료 시술 중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계 환기를 받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기흉은 치료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흉의 진단과 증상
기흉의 주요 증상은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입니다. 흉통은 보통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양상을 보이며, 깊은 호흡이나 기침을 할 때 악화됩니다. 호흡곤란의 정도는 기흉의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작은 기흉의 경우 경미한 호흡곤란만 있을 수 있지만, 큰 기흉이나 긴장성 기흉의 경우 심각한 호흡곤란과 함께 청색증, 빈맥, 저혈압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긴장성 기흉은 흉강에 찬 공기가 폐와 함께 심장까지 눌릴 때 발생하게 됩니다. 심장이 공기로 인해 눌리게 되면 혈액 공급과 순환에 문제가 생겨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사망하게 됩니다. 만약 기흉에서 심장과 관련된 증상이 병발한다면 응급 상황이므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기흉의 진단은 주로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X-선 상에서 폐 주변에 비정상적인 공기 음영이 관찰되면 기흉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흉부 CT 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흉의 크기와 위치, 기저 폐질환의 유무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음파 검사도 기흉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 유용합니다.
의사는 청진기를 통해 환자의 호흡음을 들어보는 것으로도 기흉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기흉이 있는 쪽의 폐에서는 정상적인 호흡음이 감소하거나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흉벽을 두드려보는 타진 검사에서 기흉이 있는 쪽의 공명음이 더 증가하는 소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흉의 치료와 관리
기흉의 치료는 기흉의 크기와 원인,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등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증상이 별로 없고 기흉의 크기가 20% 미만인, 작은 크기의 일차 자발성 기흉의 경우, 산소 투여와 함께 경과 관찰만으로도 자연 흡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기가 큰 기흉이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흉강 내 공기가 많이 차 폐의 20% 이상이 찌그러졌을 경우,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흉강 내 공기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흉관 삽입술이 시행됩니다. 흉관은 흉벽을 통해 흉강 내로 삽입되어 공기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흉관은 일반적으로 수일간 유지되며, 더 이상 공기가 새어 나오지 않고 폐가 완전히 팽창되면 제거합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가는 카테터를 이용해 강 내 공기를 한 번에 제거하는 단순 흡입술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흡입술은 재발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환자가 50세 이상인 경우, 단순 흡입 요법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고, 재발 위험이 놓아지므로 초기에 카테터 배액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발성 기흉이나 지속성 공기 누출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흉강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주로 시행되며, 이를 통해 공기가 새는 부위를 찾아 봉합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흉막 유착술을 시행합니다. 흉막 유착술은 흉막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폐와 흉벽이 서로 붙게 하는 방법으로, 기계적 마찰이나 화학 약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치료도 기흉의 재발을 100%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흉 치료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기흉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으로 일차성 기흉 환자의 30~50%가 1년 내 재발하고, 일단 재발한 적이 있다면 70% 이상이 1년 내 재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폐에 무리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특히 흡연은 기흉 재발의 주요 위험 요인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또한, 스쿠버 다이빙이나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의 여행 등 급격한 기압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차성 기흉의 경우, 기저 폐질환의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COPD나 폐기종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는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와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호흡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긴장성 기흉은 응급 상황으로,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바늘을 이용한 응급 감압술을 시행한 후 최대한 신속하게 흉관을 삽입해야 합니다. 긴장성 기흉은 심장과 대혈관을 압박하여 심각한 혈역학적 불안정 상태인 쇼크, 실신, 의식의 변화, 심부전, 빈맥성 부정맥 등의 증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기흉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대부분 좋은 예후를 보이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재발의 위험이 있고, 특히 기저 폐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 습관 개선과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합니다.